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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하고 직을 내려놓겠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5월1일 국무총리직을 사퇴하고, 이튿날인 5월2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건부 하야’를 먼저 약속하는 대선후보는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처음이다.


한덕수 후보를 뒤따르는 꼬리표는 또 있다. 그는 윤석열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전해 듣고도 이를 막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2인자다. 동시에 내란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소장 이기도 하다. 대선 출마 선언 사흘 뒤인 5월5일, 한덕수 후보는 ‘계엄 방조 의혹’에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헌법재판소가 이미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민주당에서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얘기했다.” 자신의 계엄 방조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스스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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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30분 전인 2024년 12월3일 저녁 8시55분경, 대통령실 5층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처음 들었다는 게 한덕수 후보의 주장이다. 그 자리에는 윤석열과 함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있었다. 그 후 한덕수 후보는 윤 세금우대한도초과 석열에게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했다.


한덕수 후보는 그때 왜 국무위원들을 대통령실로 불렀을까? 한 후보는 수사기관에 ‘대통령을 말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셔서 저는 대통령께 다른 국무위원들의 말도 들어보시라고 하니, 대통령은 ‘그럼 그렇게 한번 모아보 만20세이하 세요’라고 하셨습니다(2024년 12월1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경찰 진술).” 그렇게 국무위원이 하나둘씩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그날 밤 10시17분경 윤석열을 포함해 국무위원 11명이 대통령 집무실 옆 대접견실에 모였다.


‘대통령을 말리기 위해서’였다는 한덕수 후보의 주장과 달리, 당시 윤석열은 대학생대출이자 국무위원들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국무회의는 계엄법에 명시된 비상계엄 선포 요건 중 하나다. 계엄법 제2조에 따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참여 대상은 윤석열과 한덕수 총리를 포함해 총 20명이었다. 이 중 과반수인 11명 이상이 출석해야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있었다.


윤석열이 ‘국무회의’라고 주장하는 이날 모임은 회의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절차도, 회의록을 적는 간사도, 회의 안건도 없었다. 국무회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의사를 통보받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라고 2024년 12월17일 진술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도 “국무회의도 아니었으며 회의 안건도 내용도 없었다”라고 비상계엄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부인했다.




1월22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했다. ⓒ시사IN 신선영



한덕수 후보는 이에 대해 그간 초지일관 ‘확답’을 회피해왔다. 1월15일에 열린 제4차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한 후보는 “(국무회의가) 절차상의 흠결이라든지 실체적 흠결이라든지 이런 것들로 봤을 때는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무회의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다는 말을 왜 못하느냐”라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사법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만 답했다. 본인의 책임을 덜어내는 동시에, 사실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진술을 회피하는 방식이다.


2024년 12월4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된 이후, 한덕수 후보가 해제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를 즉각 소집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남아 있다. 그날 오전 1시2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다. 한 후보는 곧바로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국무위원들의 수사기관 진술을 종합하면, 한 후보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을 통해 국무회의를 소집한 건 오전 2시6분경이 되어서다.


그사이 윤석열은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로 이동했다. 검찰의 CCTV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그날 새벽 1시16분 윤석열이 합참 결심지원실에 도착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위원 소집이 늦어진 것에 관하여 한 후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새벽 2시1분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서를 송부해서 그제야 해제를 위한 조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5월2일 한 후보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서 “계엄 해제 이후 한 시간의 행적이 묘연한데 그때 뭐 하셨냐”라는 질문이 나오자 “수고 많으십니다”라며 답을 피하기도 했다.

섣부른 ‘셀프’ 면죄부

종합해보면 한덕수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실질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또 절차적 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판단을 유보했고, 적극적으로 위법성을 알리거나 계엄 해제를 추진하지 않았다. 그런 한덕수 후보는 대선 출마 후, 계엄 방조 의혹을 둘러싼 문제 제기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대한) 헌재 판결을 보라”는 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이 곧 ‘계엄 방조 혐의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한 후보의 논리다.




2월19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무총리 탄핵심판 1차 변론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3월24일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기각한 건 사실이다. 당시 국회가 청구한 국무총리 탄핵 사유는 총 다섯 가지로, ‘비상계엄 묵인 방조’을 비롯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 등이었다. 국회 측은 계엄 방조 의혹에 대해 “한 총리가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 말고는 특별한 대응이 없었다. 내란 행위를 사실상 묵인한 책임이 크다”라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 기록을 보지 못했다. 앞서 3월6일 검찰은 “한 총리 수사가 진행 중이라 기록을 보내줄 수 없다”라며 비상계엄 국무회의 관련 수사 기록 제출을 거부했다. 근거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다(수사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


5월1일 한덕수 후보는 권한대행직을 사임하면서 ‘책임을 지는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시종일관 소극적이었던 한 후보가 ‘더 큰 책임’을 짊어질 자격을 갖췄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계엄 방조를 둘러싼 ‘한덕수 책임론’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조기 대선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문준영 기자 jun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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