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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걸이 끝부분을 듯한 언니는 엄두도 평범한 었다.오는 11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문화총감독을 맡은 이도훈 홍익대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올림픽)를 모두 기획연출한 이벤트 전문가다. 류기찬 인턴기자


"세계 3대 스포츠 메가이벤트를 모두 기획해 본 사람은 아마 제가 유일할 겁니다. 20년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도 치러봤고요. 이런 값진 경험을 살려 20년 만에 경주에서 다시 열릴 APEC 행사를 대한민국 국격 회복의 발판으로 만들 겁니다."
이도훈(62) 홍익대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강의 준비는 기본이고, 올해 11월 APEC 개인사업자서민전세자금대출 정상회의 '문화총감독'이란 중책도 맡아서다. APEC 21개 회원국 정상 방문 때 전시·공연·체험 이벤트 등 문화행사를 총괄하게 된 그는 요즘 자나 깨나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K컬처와 천년 고도 경주를 세계에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최근 교내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1월에 APEC준비지원단 측의 연락을 받고 응하게 됐다"며 "쉽지 않은 미 주택구입시 세금 션이지만 오히려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APEC준비지원단이 그에게 문화총감독을 제안한 건 30여 년간 이벤트 업계에 몸담으며 수많은 국제행사를 치러본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1991년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졸업과 동시에 제일기획에 입사한 그는 정부·공공기관·기업의 여러 퇴직금 행사·홍보를 담당하며 경험을 쌓은 뒤 대한민국이 유치한 굵직한 국제행사 기획·연출에 참여했다. 대통령 취임식과 G20정상회의도 기획했다. 특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섭렵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개막식 제작감독),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개폐막식 기획총괄 및 총연출감독),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개폐회식 제작단장) 행사 토지담보대출한도 를 진두지휘했다.

벽지에 낙서해도 엄마는 "더 하라"... 창의성 키워
종합예술인 이벤트업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풍파에도 '뚝심'과 '창의성'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개막을 8개월여 앞두고 미국서 9·11 테러가 발생한 직후 조직위 측에서 개막식 콘셉트를 '평화'로 하자는 주장이 나왔으나 국민은행 제작감독이었던 그는 '소통'을 관철시켰다. "당시 인터넷이 보편화하고, 정부도 '디지털'과 'IT 코리아'를 내세워 소통이 시대정신이었잖아요. 그래서 평화를 내세우더라도 소통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고 '높으신 분들'을 설득했죠." 그는 "월드컵 개막식 직후 2004년 아프리카 대륙 축구 대회(네이션스컵)를 개최할 튀니지 측의 요청으로 그 대회 개막식을 맡았고, 이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러 2년 뒤 같은 대회 개최국 이집트의 개막식 콘셉트(Forever Africa)도 기획해줬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드론 1,218대를 이용해 공중에서 대형 오륜기를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고, 대구세계육성수권대회 때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이 당시 독일 총통 히틀러로부터 받은 월계수나무를 심은 기념수를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외국에서도 손기정 선생을 '그레이트 손'이라고 부르며 다들 기억해줘 더욱 뿌듯했다"고 했다.

"APEC, 국격 회복 절호의 기회"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문화총감독을 맡은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그동안 참여하거나 기획했던 수많은 국내외 행사 비표들. 류기찬 인턴기자


뚝심과 기발한 아이디어의 비결은 뭘까. 그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유년 시절 방 벽에 낙서를 많이 했어요. 벽지 문양이 특정 사물이나 이미지로 보여 마음대로 그렸거든요. 그런 저를 부모님은 혼낼 법한데도 '더 그려보라'며 놔두셨어요. 학교 입학 후 교실 벽에도 낙서해 어머니가 불려오셨는데, 다 지우시고도 '또 낙서해, 엄마가 와서 지워줄게'라고 하셨죠. 자식이 위축되거나 스스로 재능을 억압하지 않도록 어머니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이벤트 업계에 가장 중요한 자유로운 상상과 창의성이 싹텄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그가 취업 전인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제일기획 이벤트팀 사무실에 찾아가 "나를 한 번 써봐 달라"고 당돌하게 요구하고, 이벤트를 주제로 담당 팀장과 논쟁을 벌였던 일화는 아직도 업계에서 회자된다고 한다.
APEC 정상회의를 7개월여 앞둔 그는 10월부터 회원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완료되는 11월까지 경북이 추진하는 문화행사를 맡는다. 2005년 부산 APEC 때는 하이라이트인 정상 만찬 공연을 기획·총연출한 경험도 있다. "당시 공연이 끝난 뒤 각국 정상이 기립박수를 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어요. 덕분에 훈장도 받았죠. 이번에도 국가 차원의 마케팅과 주최 측 경북의 오한(五韓)인 한글·한복·한지·한옥·한식 콘텐츠를 소재로 잘 준비할 겁니다. 제 영원한 클라이언트는 대한민국이니까요."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