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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물린 뒤 네 살 난 아들을 안고 볼을 부볐다. 부엌으로 가서 "물 한잔 주오"라고 하자 아내가 웃으며 물 한 그릇을 건넸다. 그는 목이 메어 마시지 못한 채 물 그릇을 방에 놓았다. 그리고 나서 집을 휘휘 돌아보고 떠났다. 집안 식구 아무에게도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터였다.
식구들은 나중에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라고 쓴 글을 발견했다. "장부가 집을 떠나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는 그 글처럼 살아서 집 고려저축은행햇살론 에 돌아오지 못했다.
1932년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의 주인공 매헌 윤봉길의 이야기이다.
매헌은 1908년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서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덕산공립보통학교(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데 불만이 많았다. 1919년 전국적으로 3.1만세운동이 일어났고, 예 법인회생신청서 산에서도 4월 초 만세시위가 일어났다. 일제가 만세운동을 탄압하는 것을 보고 보통학교를 자퇴하였다.
14살 때부터는 유학자 성주록이 운영하는 오치서숙에서 들어가 5년간 한학을 배웠다. 사서삼경을 읽혔고, 한시에 재능이 있어 시 3백여 편을 짓기도 했다. 윤봉길은 한학 뿐 아니라 신문과 '개벽'같은 잡지를 읽으며 신학문과 새로운 세상에 눈을 쌍용자동차 채용 떴다. 조국의 가난한 현실을 자각하고 애국계몽운동을 통한 부강한 나라 건설, 대한독립에 관심을 갖게됐다. 열린 자세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에 있는 광현당. 윤봉길이 4살 때까지 살았던 생가이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국민은행주택매매대출


□ 신문물에도 열린 사고, 교육 애국계몽운동 펼쳐
윤봉길은 오치서숙에서 19세까지 공부를 했는데 스승 성주록은 그에게 매헌이라는 아호를 지어줬다. 성주록은 조선조 사육신의 한 명인 매죽헌 성삼문의 후손으로 아호가 매곡이었다. 아호의 '매(梅)'자가 매죽헌-매곡-매헌으로 이어지는 제이앤유파트너스 것이다. 충절의 정신을 가늠케 한다.
청년 윤봉길은 농촌부흥과 애국계몽운동에 헌신했다. 1926년 야학을 열고 '농민독본'이라는 교재도 만들었다. 목계농민회를 세워 농산물 증산, 공동구매조합 운영, 토산품 애용, 부업장려 운동 등을 펼쳤다. 1929년 농민운동단체인 월진회를 만들었다. 농민들 스스로 부강해지고 조선의 독립도 달성하자는 취지였다.
문맹 퇴치를 위해 부흥원을 세웠고 여기서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비유한 연극을 공연했다가 일제의 덕산주재소로 불려가기도 했다. 항일투쟁을 고취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야학이 폐쇄당하고, 3주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무렵 열혈청년 윤봉길은 계몽운동만으로 농민들이 부강해지고 조국의 독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30년 3월 가슴 깊이 품었던 뜻을 안고 집을 떠난다. 결혼한 지 8년 된 아내와 두 아들을 남겨 놓고 독립운동의 길에 나선 것이다.
만주를 거쳐 칭다오에 도착, 1년 동안 머물렀다. 세탁소에서 일하여 월진회에서 빌린 돈을 갚고, 상하이행 여비를 마련했다. 1931년 상하이에 도착한 그는 안중근 의사의 동생인 안공근의 집에 살며 말총모자 공장 직원, 채소장사 등을 했다. 그해 겨울 매헌은 임시정부의 한인애국단에 가입한다. 한인애국단은 임정의 국무령 김구가 만든 비밀조직으로 일제의 주요 인사 처단이 목표였다. 김구는 1932년 1월 이봉창 의사를 일본 도쿄에 보내 히로히토 일왕 암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 소식을 들은 그는 김구를 찾아가 이봉창처럼 거사를 단행하겠다고 자원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윤봉길의사 기념관.





예산군 덕산면 윤봉길의사기념관 경내에 세워진 윤봉길 동상.


□ 승전 기념식 폭탄투척, 일제 요인 다수 살상
기회는 얼마 뒤 찾아왔다. 4월 29일에 일제가 상하이사변 승리 기념식과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경축행사를 함께 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일본군은 30만명이나 되는 장제스의 국민당군을 격파하고 상하이를 점령한 터였다. 상하이 주둔 일본군 수뇌부 등이 참석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일제는 상하이 일본인들에게 입장권과 일장기, 도시락, 수통만 갖고 참석하라고 통지했다.
윤봉길은 4월 26일 혈서로 '선서문'을 쓰고 의거에 나섰다. 중국군에 복무하고 있던 김홍일과 중국인 기술자 왕백수가 제작한 폭탄으로 투척 연습도 하고, 행사장을 미리 답사했다.
29일 아침 훙커우공원에 도착했다. 행사장에는 1만 명의 일본군과 각국 외교관, 1만 명의 일반인(일본인) 등 2만 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1부는 지휘관이 군대를 사열하는 관병식, 2부는 천장절행사였다. 중앙의 단상에는 수뇌부가 위치했고 주변으로는 헌병 등 병력이 3중으로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단상 뒤쪽에서 기회를 엿보던 윤봉길은 2부 천장절 축하행사 때 거사를 펼친다. 11시40분쯤 참석자들이 일본국가(기미가요)를 불렀다. 잠시 스피커에서 잡음이 나서 소란할 때 앞으로 뛰쳐나가며 수통 폭탄을 던졌다. 폭탄은 정확하게 단상 가운데로 떨어져 "꽝!"하는 굉음을 내며 터졌다. 도시락 폭탄으로 자결하려 했으나 현장에서 곧바로 체포돼 실패했다.



훙커우 공원 거사 직후 체포돼 일본 헌병에 끌려가는 윤봉길 의사. 자료=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지기 직전 단상의 모습. 시라카와 상하이 파견군 총사령관이 맨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 상하이 파견군 총사령관(대장). 수술 끝에 사망.





노무라 기치사부로 제3함대 사령관(중장). 한쪽 눈 실명.





우에다 겐기치 9사단장(중장). 한쪽 다리 절단.





시게미쓰 마모루 주중공사. 한쪽 다리 절단.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상하이 파견군 총사령관(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수차례 대수술 끝에 숨졌고, 제3함대 사령관(중장) 노무라 기치사부로는 한 눈을 잃었으며, 제9사단장(중장) 우에다 겐키치는 다리를 절단했다. 상하이 거류민단 행정위원장 가와바타 테이지는 4월30일 죽었고, 주중공사 시게미쓰 마모루는 한쪽 다리를 잘랐다. 토모노 모리 거류민단 서기장과 무라이 구라마쓰 상하이 총영사만 경상을 입었다.
총사령관 시라카와는 일본 육사와 육군대학 출신으로 시베리아 파견군 사령관, 관동군 사령관, 육군 대신을 지낸 거물이다. 그가 위독해지자 일왕 히로히토가 술을 보내 위로하고 욱일대훈장과 남작의 작위를 내렸다. 상하이 고등군법회의는 시라카와가 죽기 하루 전날인 5월 25일 급하게 윤봉길 의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당시 '상해보'라는 신문은 "일본이 시라카와의 무덤에 윤봉길 의사를 순장시키려고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봉길 의사가 이마에 총을 맞고 처형된 직후의 모습. 자료=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윤봉길 의사 의거 때 한쪽 다리를 잃은 시게미쓰 마모루(맨 오른쪽)가 1945년 9월2일 미국의 맥아더 장군(맨 왼쪽) 앞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 대한민국 독립 열망과 의지 대내외 각인
다리를 하나 절단한 시게미쓰 마모루 공사는 훗날 일본 외무상이 되었다. 그는 일제가 패망하자 1945년 9월2일 절뚝거리며 미국의 군함 미주리호에 올라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윤 의사의 의거는 독립운동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중국인들은 시라카와 총사령관이 사망하자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고, 음식점에서는 처음 보는 조선인들에게도 외상을 줬다. 국민당 장제스 정부는 윤 의사의 의거를 계기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뤄양의 중국 사관학교에 한인 장교반이 설치돼 여기서 배출된 인재들이 임시정부의 광복군과 조선의용대를 이끌었다.
침체됐던 임시정부도 다시 활기를 띄었다. 온 국민에게 독립의 희망을 일깨워줬고, 임정에 대한 국내외 동포들의 도움이 되살아났다. 윤 의사 의거 후 일제의 탄압이 심해져, 임정이 항저우에서 전장, 창사, 치장, 충칭으로 옮겨다녔지만 고통보다는 희망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이 일제의 지배를 거부한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도 큰 성과였다. 1943년 11월 이집트 카이로 회담에서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중국 장제스는 한국을 적당한 시기에 자유롭게 독립시킬 것을 결의했다.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대한 독립을 문서화한 것이다.
윤 의사는 1932년 5월 상하이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일본으로 호송돼 오사카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가나자와 육군형무소로 이감돼 12월 19일 총살형을 당했다. 일제는 그의 유해를 가나자와시 공동묘지 통행로에 암장한 뒤 위치를 은폐했다. 해방 이후 백범 김구가 1946년 유해발굴단 꾸려 일본에서 유해를 수습해와 효창공원에 안치했다.
윤 의사는 1932년 12월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국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집을 떠난 지 불과 3년 9개월, 그는 독립운동사에 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93년 전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의협심 많았던 청년의 의로운 죽음에 옷깃을 여미며 경외를 표한다.
"윤 의사는 시대를 앞서간 농민·계몽 운동가"



윤여두 매헌윤봉길 월진회 회장


윤여두 매헌윤봉길 월진회 회장
"윤봉길 의사를 독립투사로만 알고 있는데 사실은 시대를 앞서간 농민운동가이자 계몽운동가였습니다. 농민들이 똑똑하고 부강해져야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사)매헌윤봉길 월진회 윤여두 회장은 윤 의사의 위대한 업적과 평화공존 사상을 본받고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월진회는 1929년 매헌이 창립한 농민운동단체로 당시 생필품 공동구매, 축산장려, 농업기술 보급, 문맹퇴치 운동 등을 벌였다. 우진회가 그 뜻을 계승했고, 1945년 월진회로 환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월진회는 매헌문화제 창설, 매헌새마을금고 설립, 어록탑과 동상 건립, 일본 가나자와시 윤 의사 암장지 영구임대 등의 사업을 펼쳐왔다.
"매년 6월 회원들과 함께 윤 의사가 순국했던 가나자와시를 방문합니다. 그곳에도 월진회 지부와 윤봉길연구회가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윤 의사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논산 출신의 윤 회장은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농기계 제조회사인 ㈜GMT 회장을 지냈고, 대북협력 및 평화운동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로도 활동했다.
"윤봉길평화축제를 열고 나라 사랑과 인성을 가르치는 매헌학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 의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