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르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한국형발사체(KSLV) 엔진조립장에서 작업자들이 엔진을 조립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헤럴드경제(창원)=정태일 기자] “우주를 향한 한화의 불꽃. 여기는 한국우주개척의 요람입니다”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 한화의 상징 컬러 ‘주황색’으로 온통 칠해진 건물(스마트플랜트)을 통과해 안쪽 깊숙이 위치한 한국형발사체(KSLV) 엔진조립장에 들어서니 이 같은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18년 75t 액체 엔진 시험발사체 성공으로 한국이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 엔진 보유국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창원 사업장 엔진 조립 담당자들이 직접 플래카드를 만들었다.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엔진을 직접 한땀한땀 조립한 이 곳에서 ‘완벽한 성공’을 바라는 비장함과 지난 4년간 쌓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미완의 성공을 딛고 오는 15일 2차 발사에 나선다. 5일 기준으로 딱 열흘 남았다.엔진조립장 내부 대형 작업대에는 2단으로 된 엔진이 검게 그을린 흔적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숱한 연소 시험을 거치며 과거 혹독한 테스트를 거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조립장에서 엔진을 조립·제작하면 이 엔진은 특수 제작된 차량에 실어져 전라남도 고흥의 나로우주센터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연소 등 각종 시험을 거친다. 최종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우주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다. 이후에는 다시 창원 조립장으로 돌아와 후속 연구 및 보안을 거치게 된다.현재 이번 누리호 2차 발사를 포함 내년 초 예정된 3차 발사 엔진까지 이미 조립돼 나로우주센터로 보내졌고 지금은 4차 발사 엔진 제작을 위한 준비 중이다. 누리호 발사는 총 6차까지 계획돼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간 롤스로이스·GE·P&W(프랫앤드휘트니) 등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의 엔진을 면허 생산해 왔다면,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직접 설계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하는 순수 독자 엔진 기술로 발사돼 의미가 더 깊다.누리호에는 1단에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까지 총 6개의 엔진이 탑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6기의 엔진을 조립, 납품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엔진 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의 조립까지 담당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한국형발사체(KSLV) 엔진조립장에 누리호에 탑재된 75t엔진이 보관돼 있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조립 과정은 크게 엔진에 들어가는 각종 구성품이 제대로 입고됐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각 구성품 및 조립 부위 세부 검사를 한 뒤 구성품 보관실에 대기 중이던 부품을 조립 과정에서 필요한 시점마다 가져와 엔진조립플랫폼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팀 차장은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대략적으로 2400개 수준”이라며 “조립은 3인 1팀 체제로 3개월 동안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조립된 엔진은 연소시험은 물론 조립인터페이스, 엔진구성, 전기신호, 절연저항 등의 깐깐한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지난 20여년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기간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엔진조립장에서 현재까지 제작된 엔진은 75t 1·2단 합쳐 34대, 3단 12대로 총 46대에 달한다. 이는 다양한 실험을 하기 위한 EDM(엔지니어링디벨롭모델), 성능 시험을 통과한 QM(퀄리피케이션 모델), 실제 비행에 사용되는 FM(플라이트 모델)을 모두 포함한 규모다. FM 엔진만 따로 보면 18대에 달한다.이번 누리호 2차 발사를 앞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특히 신경썼던 부분은 품질보증 강화다. 누리호 2차 발사 실제 비행 엔진 모델로 사용되기까지 나로우주센터 전송 후 8개월간의 대기 시간에 대비해 이 기간 엔진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산화제 연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장기 보관 시 내부에 수분이 스며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의 경우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누리호 2차 발사를 통해 한국형 우주 발사체의 ‘100%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리호는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 확보를 위해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추진할 수 있는 3단형 한국형 발사체이다. 한국이 세계 7번째로 1t급 이상의 실용 위성을 스스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발사체다.



지난해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발사되는 모습 [항우연 제공]2차 발사는 오는 15일 진행되지만 기상 등에 따른 일정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발사예비일을 6월 16∼23일로 설정했다. 정확한 발사시각은 발사 당일 2차례 열릴 발사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시간대는 지난 1차 발사(2021년 10월 21일 오후 5시)와 비슷하게 오후 3∼5시 사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2차 발사될 누리호에는 180㎏의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기능이 간단한 초소형 위성)이 탑재된다. 작년의 1차 발사 때는 실제 기능은 없는 1.5t짜리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만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