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엄마, 나 좀 버려 주세요"…15살 서아의 '겨울방학'[남기자의 체헐리… | 작성일 | 2024-03-19 03:03 |
글쓴이 | fkeorl | 조회수 | 7 |
본문
"와, 눈이다!"
겨울 눈 구경이 귀한, 남쪽에서 달려온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학교 수업할 때도 눈 오면 멈춘다던 따뜻한 곳에 사는 아이들. 보이던 건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덕유산 자락. 새벽 5시 반부터 출발하느라 쌓인 고단함을 번쩍 깨워주는 눈부신 설원. 영하 강추위에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들도 있었다.
태어나서 첫 스키장이었다. 지난달 25일, 무주리조트에 모인 10여 명의 아이들 대부분 그랬다.
"날 춥지? 그러게, 레깅스랑 외투랑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덜덜 떠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말했다. 겉은 핀잔이었으나 이면엔 걱정이 담겼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엄마였고, 가족이었다. '그룹홈'이라 불리는 엄마와 아이들의 집. 어릴 적 학대를 당해 분리됐거나, 힘든 사정으로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을 감싸 안아 함께 사는 곳.
15살 서아(가명)도 그리 그룹홈에 살게 됐다. 서아 엄마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아빠는 방임 학대를 했다. 신생아 때 거의 죽기 직전에 구해졌다. 아빠와 분리돼 그룹홈에 왔다.
그런데 신생아 때부터 자랐기에, 그룹홈 시설장이 친엄마인줄 믿고 컸다. 초등학교 6학년이 돼서야 알게 됐단다. 자기도 다른 아이들처럼, 친자식이 아니란 걸. 시설장은 맘이 아팠다.
하루는 서아 친엄마가 서아를 만나러 왔다. 서아는 친모에게 "엄마, 그냥 나 좀 버려주세요"라고 청했단다. 살던대로 그룹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거기서 쭉 살고 싶다고.
차에서 졸던 서아가 내려서 스키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가늘게 뜬 아이의 눈 사이로 하얀빛이 쏟아졌다.
"겨울방학엔 스키장 가자"는 약속…지킨 좋은 어른들
"야, 너 스타일 좀 멋지다. 와, 스키 선수 같은데."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 대표가 아이들을 보며 우렁차게 칭찬했다. 아동학대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서 큰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처벌하라며, 사자후로 아이들을 대변하던 사람. 그러나 다친 아이들 앞에선 이리 순해졌다.
그는 지난해 여름, 찬란한 남해바다에서 아이들과 약속했었다. 겨울엔 스키장에 데려가겠다고. 10대에 떠올리면 좋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거였다. 스키장 같은 추억은 비싸서, 부족한 운영비에 시달리는 그룹홈에는 비싼 스키 비용은 부담이었다.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다가 아니란 것. 어떤 섬세한 어른들은 거기까지 바라봤다. 이수진 대아협 대리가 말했다.
"애들이 방학 때 누워서 뒹굴뒹굴하는 거예요. 늦잠 자고, 침대 위에서 과자 먹고, 계속 핸드폰만 보고요."
그래서 여름엔 남해에 데려가 놀이기구 5종을 태워주었다. 일찍 철든 어른처럼 지냈던 친구들도, 물에 풍덩 빠지니 아이가 됐다. 공 대표는 그런 추억을 늘려주고 싶었다. 한여름 남해에서, 겨울 스키장을 약속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엄마, 아빠랑 스키 탔어, 보드 탔어.' 방학 끝나고 애들이 얘기할 때 말 못하고 슬그머니 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왜 나만 이래야 해'하며 자괴감과 열등감이 될 수 있고요. 우리 때 나이키 신발하고 똑같은 거예요. 못 신으면 부끄러웠던."
그 약속을 지킨 거였다. 대아협은 1000만원 넘게 지원해 그룹홈 아이들 51명에게 '스키캠프'를 해줬다.
'넘어지면 잘 일어나는 법'부터 배웠다
......
http://naver.me/5K5zLjFC
겨울 눈 구경이 귀한, 남쪽에서 달려온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학교 수업할 때도 눈 오면 멈춘다던 따뜻한 곳에 사는 아이들. 보이던 건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덕유산 자락. 새벽 5시 반부터 출발하느라 쌓인 고단함을 번쩍 깨워주는 눈부신 설원. 영하 강추위에 몸을 부르르 떠는 녀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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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춥지? 그러게, 레깅스랑 외투랑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는데 말 안 듣고."
덜덜 떠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말했다. 겉은 핀잔이었으나 이면엔 걱정이 담겼다. 피를 나누진 않았어도 엄마였고, 가족이었다. '그룹홈'이라 불리는 엄마와 아이들의 집. 어릴 적 학대를 당해 분리됐거나, 힘든 사정으로 부모와 살 수 없는 아이들을 감싸 안아 함께 사는 곳.
15살 서아(가명)도 그리 그룹홈에 살게 됐다. 서아 엄마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아빠는 방임 학대를 했다. 신생아 때 거의 죽기 직전에 구해졌다. 아빠와 분리돼 그룹홈에 왔다.
그런데 신생아 때부터 자랐기에, 그룹홈 시설장이 친엄마인줄 믿고 컸다. 초등학교 6학년이 돼서야 알게 됐단다. 자기도 다른 아이들처럼, 친자식이 아니란 걸. 시설장은 맘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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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졸던 서아가 내려서 스키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가늘게 뜬 아이의 눈 사이로 하얀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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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 대표가 아이들을 보며 우렁차게 칭찬했다. 아동학대 재판이 열리는 법원 앞에서 큰 눈을 부릅뜨고 똑바로 처벌하라며, 사자후로 아이들을 대변하던 사람. 그러나 다친 아이들 앞에선 이리 순해졌다.
그는 지난해 여름, 찬란한 남해바다에서 아이들과 약속했었다. 겨울엔 스키장에 데려가겠다고. 10대에 떠올리면 좋을,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거였다. 스키장 같은 추억은 비싸서, 부족한 운영비에 시달리는 그룹홈에는 비싼 스키 비용은 부담이었다.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다가 아니란 것. 어떤 섬세한 어른들은 거기까지 바라봤다. 이수진 대아협 대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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