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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캠프 차원에서 명태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던 홍준표 시장의 주장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박재기 씨는 캠프와 관련이 없다는 해명도 거짓이었던 걸로 보인다. 복수형 박 씨와 이 씨가 캠프에서 만나 여론조사비 대리 송금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용 대납 및 차명 입금과 같은 꼼수가 동원된 건, 당시 명태균 여론조사가 불법성이 짙었기 때문이다. 명 씨는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의 4만 4천 명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적힌 리스트를 표본으로 삼아 비공표 여론조사를 8차례 실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 스마트폰 개통취소 실무 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는 각 책임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 정리한 '로데이터'를 정리했고, 명 씨는 이를 다시 홍준표 측에 넘겼다.
불법과 편법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홍준표 캠프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 은행 파업 던 강혜경 씨에게 홍준표 대구시장 여론조사 비용 1,000만원을 입금한 내역.
홍준표 캠프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두 사람 뒤로 홍준표 당시 후보 얼굴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보인다
그사랑날위해죽으신
차명 대납 과정은 박재기→이○○→강혜경...캠프 이 씨 "박재기가 부탁해서 대신 입금"
뉴스타파는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홍준표 여론조사 비용을 보낸 입금자의 신원을 추적했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박 씨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차명으로 대납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홍 학업 시장은"박재기 씨가 자신의 측근은 맞지만, 당시 캠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박 씨가 캠프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라며 뉴스타파 보도를 반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차명 입금자가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로 확인되면서 캠프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차명 입금자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내가 홍준표 후보 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원 출신"이라며 '박 씨로부터 돈을 대신 입금해달라는 부탁을 한두 차례 받은 적 있다'고 인정했다. 이 씨는 때로 홍 후보의 운전기사 노릇도 했다고도 말했다.
● 기자 : 홍 사장님 수행기사 하셨을 때 그러면 돈을 캠프에서 받으셨어요?○ 이OO : 그거 뭐고. 선거할 때는 그거 등록했어요. 선관위에서 그거 받고 저는 그거 하고 했어요. ● 기자 : 선관위에 등록해서 했다는 건 시기가 정확하게 언젠가요.○ 이OO : 그거 지선(지방선거) 때.● 기자 : 지선, 대구시장 때.○ 이OO : 그 알바 좀 했어요. 이제 그 뭐고 좀 경력이 있으니까.● 기자 : 그러면 운전하신 거는...○ 이OO : 오시면 잠시 뭐 오래 한번 태워드리고, 어디 가자 하면..- 뉴스타파-이OO(홍준표 여론조사 차명 입금자) 전화 통화
강 씨가 뉴스타파에 제공한 계좌 입금 내역에는 이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박재기 씨가 당시 홍준표 후보 여론조사 비용을 입급할 계좌번호를 강 씨에게 알려 달라고 요구한 시각은 2022년 4월 20일 오후 4시 16분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 강 씨 개인 계좌로 1천만 원이 입금됐는데 그 입금자가 바로 홍 시장의 선거사무원 이 씨였던 것이다. 이 씨는 박재기 씨가 누군가에게 돈을 좀 송금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 : 박재기 선생님이 강혜경 씨한테 돈 부치라고 했을 때가 2022년도던데, 그때 1천만 원이요. 그러면 박재기 사장님이 먼저 돈을 부치시고 그다음에 바로 부치신 거예요?○ 이OO : 예. 자기가 못하니까 온라인으로 못하니까.● 기자 : 한 번으로 기억하세요?○ 이OO : 그때. 예. 몇 번 없을 낀데● 기자 : 한 번 이상?○ 이OO :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한 번 한 번일끼야.- 뉴스타파-이OO(홍준표 여론조사 차명 입금자) 전화 통화
홍준표 시장의 측근 박재기 씨는 자신이 강혜경 씨에게 보내야 할 홍준표 당시 후보 여론조사 비용 천만 원을 이 씨에게 준 뒤 이 씨가 직접 강혜경 씨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혜경 씨의 개인 계좌로 보낸 점, 차명으로 돈을 세탁해서 보낸 점 등은 명태균 여론조사가 불법이었을 가능성을 의식했다는 걸 시사한다. 당시 명태균 씨는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4만 4천여 명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리스트를 토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하게 했다. 강혜경 씨에 따르면 각 책임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한 로데이터는 다시 홍준표 측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개인정보를 명 씨에게 넘기는 행위, 그리고 여론조사 비용을 누군가 대신 낸 행위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홍준표, "(뉴스타파는) 찌라시 언론..휴대전화 기기 안 바꿔서 증거 인멸 아냐"
홍준표 시장은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캠프 차원에서 명태균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도 없었다'면서 자신이 명 씨 측과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명 씨와 강 씨, 그리고 명 씨의 변호인까지 고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캠프 차원에서 여론조사 한 적이 없어요. 압도적으로 이기는 선거에 무슨 여론조사를 해요? 내가 사람 볼 줄 압니다. 그런 사기꾼하고는 어울리지도 않고 같이 일하지도 않습니다. (중략) 뭐 (명태균) 핸드폰이 3개고 뭐 (대화 내용) 3만 건이 된다는 데 전부 다 들어 봐요. 그거 내 목소리 나오는 거 있는가.-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시장이 최근까지 써왔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것이 증거인멸 아니냐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는 '찌라시 언론 보도'라고 폄훼하면서 자신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기자 : 정치인들 전화번호 바꾸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증거를 은폐하려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왔었는데?● 홍준표 : 그게 이제 찌라시 언론이죠. 찌라시 언론. 내가 기사를 봤는데 전화번호를 안 바꾸면요. 그 전후로 지금 전화번호 바꾸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계엄 그리고 탄핵 관련 반대파들이 문자 테러해서 바뀐 전화번호 안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 찌라시 언론에서 말하는 뭐 증거 인멸? 기기를 바꿔야지. 번호 바꿨는데 어떻게 증거 인멸이 돼요? 명태균이가 그 전화에 뭐 뭐 황금폰인가 뭐 전화기 3대 전부 다. 다 까봐요. 내 목소리 나오는 거?-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명 씨를 만난 적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 10월 10일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 씨를 '문제의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 씨와의 접촉에 대해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 6일에는 "명태균과 전화 통화 한 일 없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하면서 접촉 가능성을 열어놨었는데, 기자회견에서는 급기야 명 씨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한 번 기억에 서울로 출장을 갔을 때 그날 저녁인가 언제 한번 하도 참모 중에 한 사람이 명태균이가 지금 실세다. 김건희 여사하고도 매일 통화하고...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자기를 전부 알아주는데 홍 대표만 안 알아준다고 해서 내가 전화 한 번 딱 한 번 받아준 기억이 있어요. ‘잘해라.’ 몇 마디 안 했습니다. 옆에 참모들이 저게 용산하고 저쪽에 붙어 있는데. 자꾸 적대적으로 하면 저게 용산에 가서 어떤 음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음해라도 안 하게 그냥 한 번만 받아줘라. 내 기억에 딱 한 번 받은 적 있어요.-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한편 홍 씨는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당시 기자회견 중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홍 시장의 전화번호 변경 사실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찌라시 언론'이라 폄훼하고, 자신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는 내용만 쏙 빼고 영상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홍준표 시장의 왜곡된 언론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밖에도 홍 시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지역 언론사를 고소하거나,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비판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비판 언론인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검찰을 동원해 언론사 뉴스룸과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게 한 윤석열의 비뚤어진 언론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뉴스타파는 홍준표 시장 측에 거듭 반론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이명선 sun@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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