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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동맹 체결의 주역이었던 하야시 다다스(1850~1913) 주영 일본 공사는 1901년 8월8일 본국으로부터 동맹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라는 전문을 받고 “내가 기뻐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외환은행인터넷뱅킹 나는 내 평생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을 결코 느껴본 적이 없다”는 감상을 남겼다. 러일전쟁이 끝난 뒤엔 외무대신(1906~1908)을 맡게 된다. 일본 국회국립도서관 제공


일본이 러시아의 ‘만주 점령’에 맞서 “간과(干戈·방패와 창)로 승부를 결정”(러일 개전)하지도 “한국에 대해 그동안의 러·일 청약종합통장가입 협상을 무시하는 행동”(한반도 군사점령)에 나설 수도 없었던 것은 역량 부족 때문이었다. 일본 홀로 ‘대국’인 러시아에 정면으로 도전할 순 없었다. 일본의 대조선·대만주 정책은 해법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었다. 그럴수록 모험적인 대러 개전을 요구하는 일본 내 여론은 커져만 갔다.
일본 내 과격한 움직임에 놀란 러시아는 한발 물러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자격 기로 한다. 러시아군이 만주에 계속 눌러앉을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되는 러청협정 체결을 단념한 것이다. 알렉산드르 이즈볼스키 주일 러시아 공사는 1901년 4월8일 가토 다카아키 일본 외무대신을 찾아가 “청국과 만주에 관한 조약 체결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6월2일 일본에서 의미심장한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메 엘지휴대폰요금 이지 유신(1868)에 직접 참여한 ‘원로' 세대를 대표하는 이토 히로부미(1841~1909)가 총리직에서 내려오고 여섯살 어린 가쓰라 다로(1847~1913)가 뒤를 이었다. 가쓰라가 자신과 손발을 맞출 외무대신으로 점찍은 이는 그 유명한 고무라 주타로였다.
일본이 아직 ‘소국'이었을 때를 경험한 원로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와 등록금대출방법 대결을 피해야 한다는 신중론자들이었다. 아랫세대인 가쓰라-고무라 콤비에겐 그런 거리낌이 없었다. 이후 이 두 강경론자들은 원로들의 신중론을 하나둘씩 벗겨내고 러일전쟁(1904~1905)과 한일병합(1910)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이때 시작된 일본의 폭주는 결국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이 미묘한 시점에 극동 내 ‘힘의 균형’을 단숨에 뒤바꾸는 결정적인 움직임이 시작된다. 당대의 ‘패권국’ 영국이 오랫동안 지켜온 ‘영예로운 고립’(splendid isolation) 정책을 벗어던지고 일본에 동맹을 제안한 것이다. 이 무렵 영국은 남아프리카의 보어 전쟁(1899~1902)으로 발이 묶인 탓에 극동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영국이 이 지역에서 협력 상대를 찾는다면, 그 대상은 러시아와 만주·한반도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 중이며 의화단 사건(1900) 때 만만찮은 군사 역량을 보여줬던 일본일 수밖에 없었다.



하야시 다다스 주영 일본 공사에게 처음 영일동맹 체결 제의를 한 클라우드 맥도널드(1852~1915) 주일 영국 공사. 러일전쟁 이후 주일 영국공사관이 대사관으로 승격되자 초대 주일 영국 대사가 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1901년 7월15일 하야시 다다스(1850~1913) 주영 일본 공사에게 뜻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다. 주인공은 휴가를 얻어 런던으로 잠시 귀국한 클라우드 맥도널드(1852~1915) 주일 영국 공사였다. 그는 하야시에게 영·일 두 나라가 “어느 한쪽 동맹국이 적국과 전쟁을 할 때 다른 한 국가는 ‘국외 중립’을 지키고, 만약 제3국이 이 적국에 가세하면 두 동맹국이 육력(戮力·힘을 합쳐)으로 이에 맞선다”는 내용의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깜짝 놀란 하야시는 당일 밤 10시30분 이 ‘놀라운 제안’ 내용을 도쿄에 타전했다.
영국의 정확한 의향을 파악하기 위해 하야시는 31일 헨리 랜스다운(1845~1927) 외무대신을 찾아갔다. 대한제국의 운명을 뒤바꾸게 되는 둘의 대화는 일본외교문서 제34권 25~26쪽에 담겨 있다. 랜스다운이 물었다.
“일본과 영구적인 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만주에 실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가. 또 일본은 어떤 종류의 협정을 원하는가.”
“만주에 대한 일본의 이해관계는 간접적이다. 하지만, 만일 어느 날 러시아가 만주 일부를 점령하고 영향력을 뻗치면, (머잖아) 조선을 흡수하게 될 수 있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러시아가 만주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만일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제3국이 러시아를 돕는 것을 막고 싶다.”
“영국은 조선에 관한 이해관계가 거의 없다. 그러나 조선이 러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조선인은 스스로 지배(통치)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언제든 중대한 요란(擾亂)이 일어날 수 있다. 중립을 보장한다 해도 그 효과가 없다. 결국 누가 이 나라를 통치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해관계 당사국 간에 피할 수 없는 분쟁이 터지게 된다.”
만주와 한반도를 바라보는 양국의 이해는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하야시의 보고 내용을 확인한 일본 외무성은 8월8일 동맹 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라는 훈령을 내린다. 외무성은 현장의 하야시에게 “한국이 다른 나라의 잠식과 정략으로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 것이 일본에게는 하나의 근본주의이며 이를 만난(萬難)을 배제하고 극력 고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맹 체결에 적극 나선 일본에 견줘 영국은 ‘신중 모드’를 잃지 않았다. 랜스다운은 14일 찾아온 하야시에게 한달간 여름 휴가를 떠나야 한다며 그 뒤에 “진지한 협의를 개시하자”고 말했다. 영국의 묘한 반응을 접한 일본은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다. 이토 등 원로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영국과 협상하는 가운데 러시아와도 교섭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토는 9월18일 요코하마를 출발해 미국 예일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11월4일 파리에 도착했다.



영일동맹 체결 사실이 조선에 전해진 것은 1902년 2월12일이었다. 이날 아침 하야시 곤스케 주한 일본공사는 박제순 외부대신을 불러 조약의 한글 번역본을 전달했다. 하야시는 당일 고무라 주타로 외무대신에게 보낸 전문에서 “본사의 구술을 청취한” 박제순이 “안심하는 안색을 보였다”고 적었다. ‘제국신문’은 2월26일치 3면 제일 상단 기사에서 이 조약에 대해 “동양의 형세를 편리케 하고 권력을 회복하여 동양에 평화를 유지함에 편리케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국신문은 일본이 이 조약을 체결한 ‘전략적 의도’를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이토가 블라디미르 람스도로프 러시아 외무대신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것은 한달 뒤인 12월2일이었다. 둘은 이날 한반도의 운명을 놓고 ‘긴 설전’을 벌이게 된다. 이토는 “조선 문제는 일본이 독립을 유지하는데 거의 사활 문제”라며 “우리 나라 사람들은 늘 조선은 귀국에 의해 합병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람스도로프는 “러시아는 조선에 대해 털끝만큼도(毫モ) 다른 뜻이 없지만, 그 영토를 다른 나라가 군략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은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이토는 4일 이뤄진 두번째 만남에서 ①조선 독립의 보장 ②조선 영토의 군략적 목적 사용 금지 ③일본이 조선에 대해 조언·원조를 제공할 전권 확보(필요한 범위 내 군사적 원조도 포함)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안을 제시했다. 람스토도프는 “이 안은 (러시아에게) 그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조선을 일본의 지휘 아래 두려는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무렵 대한제국은 영·일 간의 동맹 체결 움직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만한교환론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불안해진 고종은 박제순 외부대신을 일본에 보내 ‘국방에 관한 한일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지 살펴보게 했다. 고무라는 11월5일 찾아온 박제순에게 “한국 영토의 보전, 한국 황실의 안전을 도모할 것”을 약속하면서 그 대신 “다른 (나라의) 원조를 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본의 배타적인 피보호국이 되라는 말이었다.
박제순과 야마자 엔지로 외무성 정무국장 직무대리 간의 후속 협의는 11월20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야마자는 “속히 우리 나라와 결탁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우의를 완전하게 해야 한다”고 독촉했다. 박제순은 일본과 협약을 맺고 “타국과도 같은 협약을 맺는다면 어떤가”라고 물었다. 야마자는 “열국과 똑같이 협약을 맺는다면 처음부터 협약이 없는 것과 같다”는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박제순은 그렇게 되면 “독립국의 체면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다”며 “협약은 어떤 나라와 똑같은 조약을 맺어도 지장 없는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고 버텼다.



일본은 1902년 1월30일 체결된 영일동맹을 통해 당대 ‘패권국’인 영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일본 국립공문서관 아시아역사자료센터


협상은 결렬됐지만, 고무라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더 결정적인 카드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영국이 11월6일 전해온 조약안을 검토해 28일 자신들의 수정안을 확정했다. 동맹 체결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이토가 저항했다. 람스도로프와 협의를 마친 뒤 베를린으로 돌아와 12월6일 도쿄를 향해 “일영동맹의 체결은 러시아와 가장 중요한 협조가 가능할지 아닐지 확실해질 때”까지 “미루는 게 득책”이라는 전문을 보냈다. 가쓰라와 고무라는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로 한다.
영·일은 해를 넘긴 1902년 1월28일 조약안을 확정 짓고 30일 이를 공개했다. 일본은 1조를 통해 “한국에 있어 정치적·상업적·공업적으로 격단(格段·각별한)의 이익”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별국(別國·다른 나라)의 침략적 행위” 등이 있을 땐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러시아가 한국을 위협하면, 일본이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영국은 2조에서 그럴 때엔 “엄정한 중립을 지키며 열강들이 그 동맹국에 대한 적대행위에 가담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영일동맹 체결 소식에 대한제국은 형용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야시 곤스케 주일 한국공사는 1902년 2월25일 고무라 주타로 외무대신에게 보낸 기밀 전문에서 “이 협약의 발표는 마치 청천벽력의 일성과 같아 일반의 놀람을 초래했고, 따라서 동요의 단서를 먼저 열게 된 이곳 정계는 격심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 협약에 관한 억측이 각 방면에서 일어나 일본이 재차 1894~1895년 당시의 내정간섭을 시도하지 않나하는 오해를 일부 인사에게 불러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일본이 이 놀라운 내용이 담긴 조약 체결 사실을 알린 것은 2월12일이었다. 하야시 곤스케 주한 일본 공사는 25일 전문에서 “이 협약의 발표는 (대한제국 내에서) 마치 청천벽력의 일성과 같아 일반의 놀람을 초래하였고 정계는 격심한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고 적었다. 고종은 “각 방면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주장으로 인해 거의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의혹과 놀라움에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길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