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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30분 아니라 시키려는 것 때사람들은 말한다. “영남에 맛있는 요리가 있어?” 때론 이런 말도 덧붙인다. “거긴 한국에서 제일 먹을 게 없는 도시들이야.” 과연 그럴까? 호남에서 4년, 서울에서 18년, 나머지 시간을 영남에서 살고 있는 필자로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뭔가 말하고 싶은 열망에 몸이 들썩거린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은 그런 이유에서 발원한 졸고다. [편집자 주]절로 군침 돌게 하는 한우의 영롱한(?) 빛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 이야기다. 그러니까, 1970년대 후반.
여덟 살 동네 꼬마들끼리 ‘자랑 배틀’이 붙었다. 기사 딸린 충남대학교 대학원 자가용을 가진 집에 사는 친구 하나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지난주 내 생일날 아빠, 엄마랑 해운대 갈빗집에 가서 소고기를 엄청 많이 구워 먹었어. 진짜로 맛있더라.”
모여 앉아 있던 나머지 꼬마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랬다. 50년 전은 ‘소고기를 구워 먹은 것’이 자랑이 되던 시대였다. 그날 그 자리, 소고기를 구워 먹어본 적이 서울솔로몬저축은행 없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째서 내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돼지갈비도 한 번 사주기 힘든 가난한 노동자일까, 왜 나의 엄마는 땅투기로 남편 월급의 10배를 벌어들인다는 복부인이 되지 못했을까’라며 신세 한탄을 했다면 거짓말이고. 그저 구워 먹는 소고기의 맛은 어떨지 궁금했다.
물론 우리 집에서도 가끔 소고기를 먹 여성임대아파트 긴 했다. 그러나, 한 근도 아닌 국거리용 소고기 반 근을 사와 무와 콩나물을 잔뜩 넣고 큰 솥에 끓여 식구 네 명이 한 그릇씩 나눠 먹는 방식이었다.
구운 소고기를 먹기 어려웠던 건 동네 친구들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당시는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겨우 넘긴 시점. 너나없이 살림살이가 한빈했던 게 정한 이치였으니.
채무자
맛이 좋기로는 경북 한우를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흘렀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게 벌써 오래전. 이제 소고기구이는 샐러리맨들의 ‘그저 그런 회식 메뉴’ 정도로 인기가 하락했다. 동네마다 숯불에 철판 올리고 구워 먹는 소고기 전세담보대출한도 갈빗집이 흔전만전이다.
경상북도엔 한우 사육 농가가 적지 않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랑을 부른다. 당연한 수순처럼 “다른 곳과 비교하지 마세요. 우리 지역에서 기르는 소의 맛이 최고예요”라는 마케팅이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최근 10년 가까운 시간을 경북에 자리 잡고 밥을 벌어먹었다. 여행을 좋아하니 멀지 않은 영남 각처를 돌아다니며 구운 소고기를 맛봤다는 건 구구절절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토종 육쪽마늘을 먹여 키웠다는 의성 한우, 새콤달콤 오미자를 사료에 섞는다는 문경 한우, 기후 자체가 육질 좋은 소를 만들기 최적이라 말하는 안동 한우, 손질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까지 혀를 녹일 맛이라는 경주 한우….
그것들 중 ‘최고의 소고기’는 뭐였냐고?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니, 답을 하는 건 잠시 뒤로 미루고.
시계를 뒤로 돌려 조선 시대로 가보자. 500~600년 전엔 소가 농경 사회를 지탱시키는 가장 중요한 아이템 중 하나였다. 사람이 하는 농사일의 열 몫 이상을 소가 해냈다.
그러니, ‘상일꾼 중 상일꾼’인 소를 도살해 먹는다는 건 용서 못 할 죄였다. 이른바 우금(牛禁·소 잡는 행위를 금지함)이 생겨난 이유가 있었다. 이를 어기면 식솔 전체를 삭풍 휘몰아치는 함경도나 평안도로 쫓아내는 벌을 내렸으니 그게 전가사변(全家徙邊)이다.
소고기 한 번 구워 먹고 멸문(滅門) 당하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당연히 없을 터. 조선의 ‘우금’은 1894년 갑오개혁 때까지 지속됐다.
우금령도 아랑곳않고 권력자들이 탐미했던 한우. 화로에 구워 소금만 찍어 먹어도 행복해지게 하는 맛이다.
자, 그렇다면 과연 조선 왕조를 통과하는 동안 소를 잡아먹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이는 유치한 질문이다. 당연히 있었다. 어떤 냉혹한 금기도 인간의 욕망을 완벽하게 꺾을 수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
‘소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조선의 금기에 개의치 않았던 건 왕과 종친(宗親), 정승과 판서, 참판 등 최고위 권력자들이었다.
일례로 김옥균과 홍영식은 으리으리한 아흔아홉 칸 기와집 사랑방에서 화로에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갑신정변을 모의했다. 젊은 참판 두 사람은 그걸 난로회(暖爐會)라 불렀다. 그들에겐 ‘우금’ 역시 깨뜨려야 할 조선의 적폐 가운데 하나였을까?
이제 경북의 소고기 이야기로 돌아와 앞서 물음에 답하자.
어느 고장의 한우가 가장 맛있었냐고? 의성 한우, 문경 한우, 안동 한우, 경주 한우 모두가 나름 일미였다. 기대한 답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누가 있어 감히 구운 소고기 맛의 우열을 명확히 가려낼 것인가. 나는 백종원이 아니다.
[필자 소개] 홍성식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영남 음식> 연재를 이어갈 홍성식은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중·고교 시절.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라는 교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김지하와 이성부의 시를 읽으며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보러 극장에 드나들었다. 그 기질이 지금도 여전해 아직도 스스로를 ‘보편에 저항하는 인간’으로 착각하며 산다. 노동일보와 오마이뉴스를 거쳐 현재는 경북매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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