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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을 해 를 했다. 대단한 나는 없이[이슬기의 미다시]
[미디어오늘 이슬기 프리랜서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인용을 선고한 4월4일 서울 중구 지하철 시청역 출입구에서 시민들이 선고 소식을 실은 신문 호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됐다. 선고는 금요일에 났기 때문에, 토요판이 없는 신문사들도 일제히 호외를 냈다. 지난 122일 간 한밤중의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두 번에 걸친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시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에 이르기까지 신문사들에서는 호외 정국이 계속됐다. 파면을 알린 호외는 중 승인률 고 거래 플랫폼에서 1부당 3000원에 거래될 만큼 인기를 누렸다. 윤석열 탄핵 정국은 역설적으로 전에 없이 종이신문이 주목을 받는 시절이 됐다.

신문사 입장에서 사실 '진짜'는 호외 그 이후다. 당일 속보로 꾸리는 호외 내용은 언론사마다 큰 차이가 없었다. 헌재의 파면 선고 요지 전문과 분석, 시민사회·정치권 반응 등 개인파산 기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간략히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면 이후의 구상을 그려야 하는 지난 7일자 신문은 일선 기자들의 취재 내용마다, 데스크의 구상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다. 1면에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논의 등 파면 선고 이후에 일어난 속보들을 앞세운 곳이 있는가 하면, 정리에 방점을 두고 그간의 시민사회 활동을 정리한 곳, 파면 이후의 비전을 금융권 연봉 전면에 내건 곳도 있었다.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개헌 논의가 함께 대두된 조기 대선까지 기자들의 타임라인은 숨 가쁘게 이어진다. 시민들에게는 광장의 세월을 지나, '현생'에 더욱 충실하며 일상에서의 정치를 도모하는 시기다. 그러나 광장과 일상 사이, 시민들은 급격한 낙차를 겪게 된다. 정치를 사갈시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풍토 때문 디케이디앤아이 에, 일상에서 갑자기 정치가 거세되기 때문이다. '찬탄'과 '반탄'으로 극심한 대립을 겪은 시절 직후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인의 일상에서 정치는 '정치적이다'라는 말이 품은 부정적인 뉘앙스처럼 거부감이 확 드는 '무언가'가 되고 만다. 광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내가 만난 한 여성은 “오히려 탄핵 정국이 되니까, 일상에서도 정치 얘기를 할 수 있어 좋다”는 말 농협은행 담보대출 을 남겼다. 한국 사회에서는 정치 얘기를 하는 사람 마저, 터부시한다.
여기에는 언론사들의 정쟁 보도도 한몫한다. 정치인의 입만 바라보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정치=정치인의 자극적인 발언' 같은 공식을 만들어 냈다. '정치'하는 순간 사회대개혁에 준하는 정책적 비전이나 과거에 관한 치열한 반성 대신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인 비방만 기억에 남는 이유다.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쓰고, 이를 따라 쓰는 보도 행태가 굳어진 오늘에 와서 그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실제 소셜미디어를 인용한 정치기사를 분류한 결과 전체의 60% 이상이 의견이나 주장 제기, 특정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비판·비방이라는 분석이 있다. 검증 가능한 사실을 제시한 기사는 6.9% 뿐이었다. (신융아·이나연, <정치기사의 소셜미디어 활용 관행: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의 비교>, 한국언론학보) 가령, 성폭력 혐의로 피소된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사망한 소식을 전하며 “이미 죽음으로 업보 감당”(하태경 보험연수원장) 같은 페이스북 발언을 제목에 옮기는 등의 보도 행태를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일뿐더러, 어떻게 하면 언론의 시선을 붙들 수 있는지를 아는 정치인에게 언론이 적극 협조한 꼴이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월25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고(故) 한주호 준위의 묘소를 참배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센 발언'을 남발하는 이때, 따옴표 저널리즘은 불필요하게 그들의 체급을 키워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언론사가 중심을 잡고, 파면 이후의 정치, 광장 이후의 세계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줘야 한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이후, 현직 대통령의 구치소 수감, 122일 간의 탄핵 정국 이후 파면 같은 사상 초유의 헌정사를 건너 '사회대개혁'을 요구한 시민 사회의 바람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보고 정치권에 요구하는 보도가 훨씬 급선무다. 7일자 1면에 속보를 앞세운 언론사들은, 122일 간의 내란 정국을 톺아볼 여력조차 없었거나 역량이 안 됐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

호외의 시간, 속보의 시간은 갔다. '124일 간 67차례의 집회 시위, 사회대개혁 11개 분야, 118개의 과제와 424개 세부과제, 1개의 특별과제'(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처럼 시민사회는 이미 발화했으되, 언론이 담지 못한 구석들이 너무나 많다. 역사의 순간을 '캡처'하려고, 현실을 요약·정리하려고 보는 것이 신문이고 그것이 곧 호외에 쏠린 관심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7일은 제69회 신문의 날이었다. 신문의 사명에 더욱 충실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