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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잉어’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잉어 요리를 먹는 가족이 전쟁으로 잉어를 구할 수 없게 된 이후의 이야기다.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최상급 잉어를 골랐던 시장은 황량해지고 잉어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씩씩한 ‘말리 고모’는 어렵사리 부실해 보이는 잉어를 구해와 3주간 집 욕조에서 키우기로 한다. 그사이 가족들은 잉어에게 ‘아달베르트’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각별한 사이가 되는데….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오고 가족은 이 작고 연약한 새희망홀씨대출서류 잉어를 차마 죽이지 못한다. 그러나 말리 고모는 결국 잉어를 튀겨 식탁에 내오고 가족은 선뜻 요리에 손을 대지 않는다. 마침내 고모는 울음을 터뜨리며 “왜 죽이지?”라고 소리친다. 이 근원적 질문은 학살자 나치를 향한 항변이면서 동시에 연약한 잉어를 죽이고 만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두번째 단편 ‘길’은 보다 뚜렷한 여성서사다. 친 신용보증기금대출조건 칸 부인은 넉넉지 않은 살림을 책임지며 고단하게 살아간다. 제대로 된 옷장을 구하는 일에 골몰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어 비만 맞고 감기로 앓아눕는다. 부인은 폐렴으로 생사를 오가면서도 아내이자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모든 게 부질없으니 책임감에서 놓여나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느낀다. 꿈과 환영이 교차하는 곳에서 젊어 죽은 부인의 어머니는 구리암사대교 자꾸만 백발을 하고 찾아온다. 죽음 직전 친칸 부인을 찾아오는 건 뜻밖에도 어린 시절 꿈을 향한 회한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지?” 부인의 마지막 질문은 “왜 죽이지?”라는 말리 고모의 질문처럼 참담하다.



크리스마스 잉어 l 비키 바움 지음, 박광자 옮김, 휴머니스트(2 재무계산기고장 023)


‘굶주림’의 가브릴로프스키는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다. 전사한 백작이자 약혼자가 주었다는 스컹크와 함께 녹색 벽지를 바른 하숙방에 들어오는데, 녹색 벽지를 보자마자 비소를 떠올리고, 비소 때문에 유난히 기분 좋게 살다가 점점 쇠약해져 죽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일종의 자 외환은행 주택담보대출 기 예언일까? 가브릴로프스키의 삶은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 사이를 어지럽게 오간다. 동네 아이들과 피아노 교습을 하며 사는 그녀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굶어야 할 만큼 궁핍하지만 늘 화려한 사교 생활을 자랑한다. 사랑이 가득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현실의 궁핍과 굶주림을 견딘다. 이런 애착은 전 약혼자와 스컹크에서 집주인의 귀여운 아들 빌리, 이어 빌리를 돌보러 온 젊은 의사를 향해 옮겨간다. 가브릴로프스키의 언행은 구멍이 숭숭 뚫린 거짓투성이지만 그녀의 마음만은 언제나 진심임을 적어도 독자들은 잘 안다.
오스트리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비키 바움은 이 단편집을 통해 전시 고통과 가난, 차별 등에 시달리는 여성의 삶을 사실적이고도 처절하게 그리는데, 이토록 삶에 밀접하게 닿은 작품을 여성 작가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당대 순수 문학계는 바움을 ‘통속 작가’로 폄훼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삶의 끝에 몰린 인물들이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 부끄러움부터 느낀다는 사실은 바움 시대에서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할 문학적 성취다. 바움에 이어 우리도 우리 시대의 질문을 던져본다. 왜 부끄러움은, 수치심은, 반성은 늘 약자의 몫인가.



이주혜 소설가·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