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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가 모두 빨간불이다. 국제금융위기, 코로나19에도 비교적 선방했던 한국 경제가 미국발 관세 파고에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충격이 더욱 크다.

위기의 신호는 매매계약체결 수출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다. 지난달 15대 수출 주력 품목 중 10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월과 4월, 잇따른 관세 정책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6월 1일 발표한 5월 수출실적에 따르면 △철강(-12.4%) △자동차(-4.4%) △자동차 부품(-9.4%) △석유 제품(-20.9 적격대출 %) △석유화학(-20.8%) △일반 기계(-5.3%) 등이 마이너스 수출로 돌아섰다.
대한민국 3대 수출시장인 중국·미국·아세안 수출도 부진하다.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8.1% 감소한 100억5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주요 품목인 자동차 수출은 무려 32% 급감했다. 철강(-20.6%)과 자동차 부품(-8.3%)도 마찬가지다. 대중 자연산대하 수출도 반도체 감소 영향으로 8.4% 줄었다. 아세안 수출도 1.3% 감소했다.
수출 활로가 사실상 묶이면서 국내 경제성장률도 '역성장'의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의 전망치도 0.8%다. 산업연구원은 2.1%에서 1.0%로 낮췄다.
국민은행아파트담보대출한도 산업연구원은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은 전년 대비 1%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와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2025.6.13/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위기의 원인이 미국발 관세 정책인 만큼, 해법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찾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첫 통상 과제도 7월로 다가온 '줄라이패키지'일 수밖에 없다.
대체시장과 신시장 발굴 등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로 일부 중국산 소비재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한 수출 전문가는 "미국 대형마트에서 중국산 제품이 줄어들면서 대체 공급처를 찾는 수요가 생기고 있다"며 "일부 품목은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안보 협력을 경제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유럽과 캐나다 등 전통적 동맹국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다.대체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주목된다. 5월 아세안 수출은 소폭 줄었지만 1~5월 대아세안 수출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4.3% 늘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아세안 시장이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사우스, 특히 남미 시장 개척이 과제다. 칠레, 페루 등과는 이미 FTA가 체결돼 있고, 브라질 등에는 소비재, 의료·바이오, 첨단산업 등 한국 기업 진출 기회가 존재한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은 "글로벌 통상환경의 급변은 위기이자 기회"라며 "신정부의 무역투자 공약 실현을 위해 조직의 역량을 총결집하고, 유망시장 다변화 전략 실행을 통해 우리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서 수출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