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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는 파킨슨병 환자다. 어머니는 1957년생, 올해로 68세다. 정확한 발병 시기를 알 수 없지만 병을 알아챘을 땐 고작 60대 초반이었다.
십대 중반에 홀로 서울로 올라온 어머니다. 십대의 나이로 가정집 일을 돌보다가 결혼을 했고, 미싱을 밟았고, 식당에서 찬모로 일했고, 호텔에서 청소일도 했다. 쉴 새 없이 일하며 아들딸 둘을 키워냈다. 나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 어머니가 편히 쉰 날을 거의 보지 못하였다. 이제 겨우 은퇴할 나이가 되었는데, 하늘은 무심하여 여가가 아닌 투병을 내 어머니께 내렸다.

하늘이 무심하여서, 나는 그렇게 쓰고는 나의 무심함을 읽는다. 무심함, 그건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인간 하이자산운용 이 하나 갖추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마음일 텐데, 나는 그 마음조차 갖지 못한 자식이라 스스로를 책망한다. 알아채야 했을 때 알아채지 못했고, 감당해야 할 때도 감당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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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파란 돌봄 


ⓒ 이매진




닥쳐온 뒤에야 실감하는 돌봄의 고통

자동차 유지비 계산 파킨슨병은 운동 능력을 앗아간다. 일찍 발견하면 약물로도 제어가 가능하지만 중증으로 번지면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없다. 혼자서는 걸음도 걷지 못하여 주변을 내내 사람이 지켜야 한다. 화장실이며 집안을 오가는 일, 몸을 씻는 일부터 가벼운 운동을 하는 일까지가 죄다 사람 손을 탄다. 종일 곁에 붙어 간병과 돌봄을 할 누구를 필요로 한다. 우리 집의 경우엔 대출이율 아버지가 그를 전담한다.
돌봄을 맡는 것은 가족 전체를 지탱하는 일이다. 일흔이 된 아버지가 무너지면 집안 전체가 흔들릴 것을 모두가 안다. 한창 일할 나이의 나와 내 동생이 사라진대도 그만큼 집안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역할이 가족 가운데 가장 크다. 제 삶을 살기 바쁜 아들딸은 무슨 일이 있을 삼성성적 때나 달려올 뿐이다. 어머니 곁을 지키며 종일 먹이고 씻기고 운동을 하는 일까지가 모두 그의 소관이다.
<새파란 돌봄>은 내게 두려움과 민망함을 알도록 한다. 두려움은 내가 돌봄의 역할을 맡아 겪을 것이 무언인지를 알도록 하기 때문이고, 민망함은 내가 그를 감당하고 싶지 않단 걸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외면했던 돌봄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이 책은 일깨운다.
내가 감당치 않고 있는 돌봄을 기꺼이, 또 떠밀려서 감당한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그저 나보다 불운했을 뿐인 이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를 알게끔 한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돌봄을 폭탄처럼 대하며, 그를 받은 이를 무리에서 떨어뜨리는 일을 자연스레 여긴다.
지은이는 치매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조기현이다. 그가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일곱 명의 젊은이를 인터뷰하고서 이 책을 지었다. 민감한 사안 탓에 가명으로 처리된 이들은, 바로 그 덕분에 제 상황을 가감 없이 말할 기회를 얻었다. 그 하나하나가 감히 감당키 어려운 일이어서 나는 내가 그들보다 얼마나 다행한 위치에 있는가를 매 장마다 실감하고 한숨을 몰아쉰다.
조기현은 이들을 '영케어러'라 부른다. 소년기와 청년기에 아픈 가족을 돌보게 된 이들을 효자며 효녀 같이 도덕적이고 사적인 언어 안에 가두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가치중립적 용어를 통해서야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가 제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회가 외면하는 청춘들의 돌봄노동










▲  돌봄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 nci on Unsplash




뇌출혈과 인지저하, 조현병과 알코올 의존, 암이 그들의 가족에게 닥쳐왔다. 할머니와 부모, 또 동생이 돌봄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자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써 그를 감당했다. 경제적 수준도, 가족 구성도 제각각이었지만 젊은 나이에 돌봄을 책임지고, 그로부터 저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무너져 내렸단 게 하나같은 공통점이다.

사실상 절연한 아버지를 떠맡아 돌보게 된 성희(가명)의 이야기는 가족이 환자를 떠맡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성적 관념과 제도를 돌아보게 한다. 열두 살 나이로 할머니의 치매를 감당해야 했던 푸른(가명)의 사례는 돌봄이 가족 내 권력관계 속에서 떠밀려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엄마의 발병 뒤 망가진 가족과 그로 인한 심리적 불안은 희준(가명)으로 하여금 꿈을 포기하라 강요한다. 조현병과 알코올 의존증 같은 질환은 다른 병보다도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을 크게 위협한다. 자신을 지키며 비교적 건강하게 돌봄을 감당하는 청년조차도 돌봄을 전담하며 나이를 먹는 저 자신에게 불안을 느낄 밖에 없다.
사회는 돌봄을 존중하지 않는다. 각자도생의 세상, 미흡한 사회안전망 가운데 아픈 가족을 개별 구성원에게 떠맡기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존중과 대책은 부재하다. 돌봄은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직접적인 지원확대는 물론, 돌봄청의 설치 같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가며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인식을 변화시켜나가야 하는지 언급한 대목 또한 귀를 기울여 마땅하다.

'돌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마치 삶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예외'처럼 여긴다. 언제든 겪을 수 있지만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머무른다. 좀더 일찍 돌봄 교육을 받는다면 돌봄을 마주할 때 겪게 되는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중략) 돌봄 교육은 당위의 차원을 넘어선다. 누구나 삶에서 마주하게 될 순간을 각자도생으로 두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의무 교육 과정이 아니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돌봄을 어떻게 배울 수 있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돌봄은 불행이나 억압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길'이 될 수 있다. -78p


오늘의 한국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일은 재앙이 된다. 사회로부터 저를 고립시키고 감정과 육체 모두를 좀먹는다. 사회는 돌봄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고,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한창 사회에서 일할 나이에 돌봄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영케어러들은 돌봄으로 인한 직접적 고통은 물론, 사회적 쓰임을 잃었다는 자괴감을 받게 된다. 나 또한 그렇다. 내 어머니의 고통 앞에서 나는 내 아버지가 무너지지 않을까를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될까 봐 불안해한다.
언제나 그렇듯, 두려움과 불안은 답이 될 수 없다. 돌봄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돌봄의 상황에 처해 제 집과 병원에 갇혀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게 되기 전에,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벼락을 맞듯 어느 순간 돌봄을 떠안은 이가 도태되는 일을 당연시해선 안 된다.
돌봄을 존중하고, 그를 지원하며,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조금이나마 책임을 넘겨받는 일, <새파란 돌봄>이 전하는 이야기가 이와 같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