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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가 태국과의 오랜 국경 분쟁 해결을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식 제소했다. 15일 오전(현지시각), 훈 마넷 총리는 따 모안 톰, 타 모안 또잇, 따 끄라배이, 몸베이 등 4개 분쟁 지역 문제를 ICJ에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캄보디아가 더 이상 양자 대화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국제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훈 마넷 총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캄보디아는 평화를 선택한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이 있는 복잡한 국경 문제는 양자 간 협상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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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2011년,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분쟁이 군사 충돌로 비화했던 시기. 당시 훈 마넷 현 총리는 군사령관으로서 최전방 전투 지역을 지휘하며 실전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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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 마넷 총리 페이스북 홈페이지




이번 ICJ 제소는 지난 1962년 6월 15일 ICJ가 쁘레아 비히어 사원 영유권 분쟁에서 캄보디아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판결 63주년과 정확히 일치한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한도 다. 과거 ICJ에서 승소 경험이 있는 캄보디아가 이번에도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총리는 ICJ에 제출한 서한 봉투 사진을 공개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도 정의와 공정성, 국경의 명확성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미래 세대가 이웃과 갈등을 물려받지 않도록 분쟁을 국제법에 신청시 따라 명확히 매듭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격적인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지난 5월 28일 발생한 총격 사건이 있다. 당시 태국 우본라차타니주 남위안 지역에서 발생한 소규모 총격으로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훈 마넷 총리와 파에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물밑 대화를 회생신청자격 시도했지만, 태국 군부세력이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는 바람에 별다른 성과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캄보디아는 결국 정부간 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국제법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보낸 공식 제소 서류 봉투의 겉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쁘레아 비히어 사원 영유권 분쟁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캄보디아에 승소 판결을 내린 지 정확히 63주년이 되는 날인 6월 1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ICJ에 국경 분쟁 해결을 위한 공식 제소를 단행했다.


ⓒ 훈 마넷 총리 페이스북 홈페이지




국경 분쟁, 외교 넘어 생활 전반으로 확산

훈 마넷 총리는 이번 분쟁 지역에 대해 태국 측에 '공동 제소'를 제안했지만, 태국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태국은 오랫동안 ICJ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태국은 캄보디아의 제소 지역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조차 피하고 있으며, 다만 9월로 예정된 공동경계위원회(JBC) 회담을 자국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만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태국이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키우기보다는, 양자 협상 틀 안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시 "ICJ에서 두 차례 승리 경험이 있는 캄보디아가 또다시 국제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서도, "태국의 협조 없이는 ICJ 판결이 실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CJ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결국 당사국들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ICJ 제소를 단순한 외교 분쟁 해결을 넘어, 국제 사회에 자국 입장의 정당성을 알리고 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 쁘레아 비히어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성공을 거둔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
태국발 입국 허용기간 축소에 캄보디아도 맞대응… 민생 압박 심화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갈등은 이제 단순한 군사적 대치나 외교적 공방을 넘어, 통신, 문화 등 양국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격 사건 직후, 태국은 캄보디아 여권 소지자의 육로 입국 허용 기간을 60일에서 7일로 대폭 줄이며 압박을 가했다.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캄보디아 정부 역시 태국 여권 소지자의 육로 입국 허용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태국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이 같은 조치들이 양국 간 보복성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력과 인터넷 분야에서 불거졌다. 태국 측이 전력·통신망 차단을 언급하며 캄보디아를 압박하자, 캄보디아 정부는 6월 12일 밤, 태국산 인터넷 대역폭 구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태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훈 마넷 총리는 이 날 성명을 통해 "외부 위협에 흔들리지 않는 디지털 자립"을 강조하며, 자국 통신망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이에 캄보디아 우정통신부 찌어 완뎃 장관은 친정부성향 현지 매체인 <프레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자국 기반으로 충분한 인터넷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캄보디아의 주요 통신 3사(Smart, Cellcard, Metfone)도 정부 조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Metfone은 최대 1.1Tbps의 백업망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모든 음성·데이터 서비스는 정상 운영 중"이라고 강조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크린 단절'… 태국 영화·음악 전면 금지, 태국은 "대화가 먼저"
이번 양국 간 갈등은 심지어 문화예술 분야로까지 번진 상태다. 캄보디아 문화예술부는 지난 13일 태국 영화 수입 및 상영을 전면 금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지 영자신문인 <프놈펜 포스트>와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전국 영화관과 수입사에 긴급 공문이 전달되었으며, 방송·음악 등 다른 태국 콘텐츠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태국 드라마와 영화는 캄보디아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한국의 한류 못지않은 '태류(泰流)'가 형성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 이후 캄보디아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제 우리 문화를 우리가 만들어야 할 때"라는 자주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문화적 독립과 자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부 관계자는 <프레시뉴스>에 "이번 조치는 외교적 필요에 따른 국가 주권의 일환"이라며, "캄보디아 콘텐츠 성장을 위한 계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국 정부는 캄보디아의 특정 문화 콘텐츠 금지 조치에 대한 직접적인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태국 외교부는 전반적인 양국 관계에 대해 "양국 간 상호 이해 증진에 진전이 있었다"며 "외교적 대화가 진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힌 바 있다.
캄보디아 당국은 국경 지역 주민 대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프놈펜 주지사 쿠옹 스렝은 14일, 캄보디아 인민당 회의에서 캄보디아-태국 국경 지역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에 대비해 400대 이상의 버스를 미리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메르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있어 정말 운이 좋다"며, 정부가 국경 지역 시민과 노동자들을 고향으로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내리면 즉시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최고 지도부가 시민 복지를 고려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의 'ICJ 전략'과 장기전 가능성
전기, 통신, 문화 까지 끊어내며 '전방위 외교전'에 돌입한 캄보디아의 핵심 카드는 단연 ICJ 제소이다. ICJ는 구속력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모든 당사국의 동의 없이는 관할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태국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계속될 경우, 이번 제소는 국제 여론전을 위한 정치적·외교적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국제 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태국을 압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정부는 내부적으로는 국민 단결을 다지고,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확대하려는 다각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쁘레아 비히어 사원 영유권을 둘러싼 사건에서 통쾌하게 승소했던 경험은 정부가 자신감을 가지고 법적 수단을 택하게 만든 중요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양국 모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협상의 여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국 측은 여전히 9월 JBC 회담을 외교적 해법의 출구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프놈펜의 한 국제 관계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이번 갈등에 대해 "이번 ICJ 제소는 캄보디아 국내 정치적 필요성과 대외적 명분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태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감안할 때 캄보디아가 장기적인 대립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경 문제는 태국 내 보수 세력에게도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중요한 카드이기에, 양국 모두 강대강 대치 국면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이번 분쟁이 즉각적인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세안(ASEAN) 지역의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