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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 단지 잠실엘스와 리센츠. 사진= 주택청약 당첨 한경DB



"잠실은 집값 한창 오른 2021년 당시와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어떤 집주인은 배액배상(계약 취소 시 계약금의 2배 부담)을 하고 계약을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가격을 더 올려 내놓으려는 생각이겠죠. 이미 상승 분위기를 탔다고 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무담보사채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송파구 잠실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자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져서다. 잠실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일부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강남과 서초 집값이 더 뛸 것 같다"며 강남 2구 부동산을 선점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2 육아휴직 퇴직금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1일 28억4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15일만 하더라도 26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한 달 새 2억원 가까이 뛰었다.
바로 옆에 있는 '리센츠' 전용 84㎡ 역시 지난 4일 28억3000만원 꿈에론무직자대출 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0월 기록한 28억5000만원 최고가에 바짝 다가섰고, 맞은 편에 있는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 17일 26억원에 손바뀜하면서 지난해 10월 기록한 26억5000만원에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은 이른바 '엘·리·트'라고 불리면서 잠실동 대장 아파트다. 2020년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 중국신용평가사 역으로 묶였다. 잠실 마이스(MICE) 등 개발 호재 때문이다. 이 구역에서 토지를 거래하려면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해 매매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앞당겨져 지난 12일에 관련 규제가 해제됐다. 실거주 의무 조건이 사라져 갭투자가 가능해졌다. 기존 실수요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진 셈이다. 이에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 이런 기대감은 호가에 벌써 반영됐다.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엘·리·트 전용 84㎡ 호가는 최고 33억원까지 치솟았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대표는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아직 실거래 신고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32억원에 계약이 끝났다는 얘기도 있다"며 "이미 분위기는 상승 흐름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되는 단지들 사진=한경DB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기존대로라면 오는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을 진행할 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잔금을 치른다'는 조건을 달고 계약을 진행하려고 한 실수요자들도 있었다"며 "송파구는 강남 진입의 일종의 '관문' 같은 곳이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을 때도 대기 수요가 상당했다. 이미 실수요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마찬가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강남구 대치동 분위기도 비슷하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대장 아파트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12일 40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이 면적대는 35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5개월 만에 5억원이 올랐다. 한 달에 1억원씩 오른 셈이다.
강남구 대치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규제 해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내놨던 매물을 싹 거둬들였다"며 "완전히 집주인 우위 시장이 됐다"고 전했다.
송파구 다음 상급지로 꼽히는 서초구 방배동, 강남구 일원동, 수서동 등에서도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다.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방배그랑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면적대 최고가다. 이 면적대 호가는 32억5000만원까지 나와 있는데, 일부 집주인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호가를 높이는 모습이 포착된다.
방배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고 난 이후부터 조금씩 매수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지난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분위기 자체가 (상승 흐름으로) 넘어왔다"며 "관심 있는 실수요자가 '가격 조정하느냐', '급매 없느냐'고 물어보는데 이미 매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남 3구 최상급지로 꼽히는 반포동에서는 집값이 더 뛰기 전에 미리 매물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반포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잠실이 30억원을 찍으면 반포동 집값은 더 오르지 않겠느냐'며 일부 관심 있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3.3㎡당 3억원이 되기 전에 사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반포동 내에서 가장 비싼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이 단지 내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반포동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단지다 보니 잠실 집값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 않으냐"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영향보다 설 연휴 이후 문의가 늘어나면서 매물이 갑자기 거래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서울 잠실의 부동산 게시판에 호가가 뛴 매물이 나열돼 있다. 사진=한경DB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잠실의 경우 그동안 억눌렸던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시장 정상화 과정이라고 본다.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다른 지역들도 있지만 집값 상승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바로 송파구 잠실동이라고 본다"며 "상승 흐름은 다른 강남권으로 확산하면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부 실거래가(지난 21일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12일부터 20일까지 강남 3구(서초·송파·강남)의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은 24억5139만원으로 해제 전인 1~11일(22억6969만원)보다 8%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 3구를 뺀 나머지 22개구 평균 거래 가격은 9억1859만원으로 2.6%(2462만원) 하락했다. 서울 전체 평균 거래가는 11억1828만원으로 1.6%(1773만원)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한국부동산원 주간 집값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달 셋째 주 기준으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송파(0.22%포인트), 강남(0.19%포인트), 서초(0.07%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동반 상승세를 타던 마포(보합), 광진(0.04%포인트) 등과도 상승 폭에서 차이를 벌렸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